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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이병옥 한줄이야기 전쟁을 겪고 어머니로, 한 인간으로 힘껏 살아내다 등록일 2019-08-09 |
처음 조사차 방문을 위해 전화를 드렸을 때 목소리가 너무 우렁차고 경쾌해서 놀랐다. 마현리 이병옥 어르신 댁을 찾았을 때 마당은 햇살로 가득했고 새마을주택 작은 거실에도 따뜻한 늦가을 볕이 들고 있었다.
이병옥 어르신은 78세로 현재 어르신 기공체조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첫 조사가 끝나고 다음 조사까지 시간이 걸린 것은 기공체조 연습과 대회 때문이었다. 일흔 여덟의 나이에도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쳤다.
산양리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잠깐 재직했던 아버지와 민며느리로 시집을 왔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빠 셋과 남동생 하나를 둔 외동딸이었던 어르신은 친정어머니와 피난을 다녔던 고생스러운 일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병옥 어르신은 피난길에 올랐던 때를 제외하고는 화천에서 살았다. 원주와 횡성으로 피난을 갔다가 화천이 수복되자 신포리로 돌아와 파포리 국민학교를 3학년까지 다녔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월반까지 했음에도 올케가 학교 가지 말고 애 보라는 바람에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던 것이 야속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같은 마을 무녀독남 아들에게 시집을 가서 지독하게 가난한 살림을 억척스럽게 일구며 살았다. 마을에 부녀회를 조직하여 계를 만들거나 품앗이 노동을 하고 구판장을 운영하였다.
누구 탓할 필요 없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힘껏 살아왔고 돌아보면 살아온 날들이 꿈같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만족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