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천 장정숙 한줄이야기 힘든 인생고개 넘다보니 강인해지더라 등록일 2019-08-09 |
장정숙 어르신은 1939년생으로 이북이 고향이다. 부모님은 이북에서 재산도 꽤 갖추고 살았으나 한국 전쟁 때 재산을 몰수당하고, 이불 속에 몰래 지폐를 넣어가지고 피난 나오다가 걸려서 죽을 고비도 넘겼다고 한다. 충청도 진천으로 피난을 갔다가 다시 걸어서 서울로 피난을 갔다. 고향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자 화천 쪽으로 오던 중 청평에서 머물게 되었고 이때 큰오빠가 군에 자원하여 전사했다.
화천 계성리로 들어와 살다가 열일곱 어린 나이에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가서 먹고사느라 고생이 많았다. 시어머니 시집살이 혹독한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남편과 성실하게 일해서 소도 사고 산도 샀다. 산에다 나무를 심고 각종 약초를 뜯어다가 화천 시내 약방에다가 팔았다. 정미소도 임대해서 운영하면서 살림을 일구어 갔다. 특히 손자손녀들을 구김 없이 잘 키웠다.
인근 군인들에게는 따뜻하고 강인한 어머니였다. 한겨울에 산에서 밤샘 보초를 서고 개울물을 퍼서 전투식량을 먹는 군인들을 보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 군인들이 따뜻한 밥을 먹게 했고, 눈산에서 보초를 서는 군인들에게 커피를 끓여 이 산 저 산으로 날랐다. 농사지으러 가다가 구타당하는 군인을 구하기 위해 호미를 들고 쫓아가서 멱살을 잡고 혼내기도 했다. 늘 군인들을 남의 집 귀한 자손이라 여겼다고 한다. 장정숙 어르신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주 집안의 귀한 딸로 살았을 것이다. 전쟁이 장정숙 어르신의 삶을 척박한 환경으로 내몰았지만 사람에 대한 연민이 깊고 분노할 때는 머뭇거리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며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