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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이춘진

한줄이야기

제무시 타고 양구 들어와 땅은 숱하게 일궜지만

등록일

2019-08-09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8-09 조회수 : 610
첨부파일 첨부파일 : 3-양구-이춘진3.png (94.7 kB)


첫눈이 소복하게 내린 겨울 어느 날, 펀치볼 속 해안은 작은 요새와 같았다. 양구 해안에서 만난 이춘진 어르신은 1932년 강원도 인제 기린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해방이후, 친정식구들과 잠깐 경기도로 다시 이주했다가 거기서 전쟁을 겪고 고향인 인제로 다시 돌아왔다. 해안이 수복된 이후 이주 신청을 통해 23세에 그 사이 홀로되신 어머니와 1차 이주민으로 양구 해안에 정착하게 되었다. 해안에서 군인이었던 남편을 만나 27세에 결혼하였다.

어린 시절 그녀는 기린초등학교에 입학한 몇 안 되는 여학생이었고, 꽤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전쟁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녀는 강한 의지와 생활력으로 가족의 버팀목이 되었고, 많은 시련을 헤쳐 나갔다. 그 중 그녀의 마음에 가장 큰 상처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떠나보낸 여동생이었다. 그리고 오빠와 친정어머니 모두 해안에 직접 모셨다는 그녀의 눈에서 한과 슬픔이 배어나왔다.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두고두고 마음을 할퀴는 상처로 남아 있다.

그래도 무엇보다 그녀의 안방 한 벽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액자. 방학을 끝내고 춘천으로 공부하러 나가는 아들들을 집 앞 마당에 한 줄로 대열시켜 놓고 찍은 사진을 설명할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란.....그녀가 사진을 올려다보는 그 눈빛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로서의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